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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예술!

예술학73) 나만의 미적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 — 감각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by taeyimoney 2025. 11. 16.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보기’, ‘듣기’, ‘만지기’, ‘느끼기’를 반복하지만, 같은 대상을 보고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는 난해하다고 느끼는 전시에서 어떤 사람은 깊은 울림을 받고, 다른 사람은 지나칠 법한 카페의 작은 조형물에서 어떤 사람은 감각적인 충격을 받는다. 

 

이 차이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감각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 취향의 구조 때문이다.

나만의 미적 취향
을 발견하는 과정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색, 음악, 스타일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적 패턴, 기억의 구조, 사고의 흐름, 몸이 반응하는 방식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감각의 지도를 읽어내는 일에 가깝다. 

이 지도는 태어날 때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살면서 조금씩 채워지고 수많은 경험으로 수정되며,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깊이를 더해간다.



1. 취향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부의 응답’이다



사람들은 종종 “나는 취향이 없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취향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탐구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실제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감각적 선호를 갖고 있다. 

다만 그 신호가 미약하거나, 사회적 기준 때문에 묻혀 있거나, 비교 대상이 적어서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취향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정답이 아니라, 어떤 자극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조명 아래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가
-어떤 분위기의 음악을 들을 때 집중이 잘 되는가
-어떤 질감의 사물이 손에 익숙한가
-어떤 배치, 어떤 구도에서 시선이 오래 머무는가

이 미세한 감각의 반응을 인지하는 순간, 취향의 첫 좌표가 찍히기 시작한다.



2. ‘좋음’의 정체를 해부하면 취향의 구조가 보인다



우리가 무언가를 “예쁘다”, “좋다”, “끌린다”라고 느낄 때 그 감정은 하나의 요소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다음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형태적 만족감: 구조, 균형, 리듬, 대비
-감정적 공명: 특정 기억과 연결되는 정서
-심리적 안정감: 반복, 여백, 온도감, 질감

-의미적 연결성: 그 대상이 내 삶에서 어떤 상징을 갖는가

예를 들어 누군가가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깔끔해서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정리된 형태가 주는 심리적 안정, 여백이 주는 호흡, 과부하를 줄여주는 심리적 효율성,
그리고 “단순함은 더 깊은 본질을 드러낸다”라는 가치관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구조를 해부해 보면, 감각의 패턴이 드러난다. 그 패턴은 결국 나만의 미적 취향의 뼈대가 된다.



3. 일상의 사소한 선택이 취향을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취향의 80%는 예술관이나 철학적 기준보다는 작은 선택의 축적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길로 걸을지
-어떤 컵을 쓰는지

-어떤 조도의 방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
-어떤 서체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이런 작은 선택들은 모두 감각적 취향의 단서다.
취향은 원대하고 거창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세한 선호가 쌓여 하나의 흐름이 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취향 탐색의 핵심은 거대한 깨달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되는 미세한 반응을 읽어내는 감각의 민감도를 기르는 것이다.



4. 예술은 취향을 확장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은 단순한 감상 활동이 아니다. 예술은 감각을 확장하고, 인지의 폭을 넓히며, 감정의 결을 더 세밀하게 만드는 훈련에 가깝다.

특히 전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감각의 문법을 제공한다. 색을 쓰는 방식, 구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형태의 해체, 감정의 압축, 시선의 이동, 손의 흔적 등.
예술은 가끔 우리 안의 낯선 감각을 깨우고 이렇게 말한다:
“너 안에 이런 감성이 숨어 있었어.” 바로 그 순간, 취향의 지형이 확장된다.
한 번 확장된 감각은 다시 좁아지지 않는다. 이 점에서 예술은 취향을 넓히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다.



5. 취향이 깊어지는 사람의 공통점



취향이 세련돼 보이는 사람, 감각이 좋은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 특징이 있다.
1.사물의 표면이 아닌 구조와 의도를 본다.
2.감정의 움직임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3.반복되는 패턴을 빠르게 감지한다.
4.경계 없는 호기심으로 새 감각을 실험한다.
5.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발견한다.

이 과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력, 감정의 어휘력, 경험의 다양성으로 만들어진다.



6. 나만의 미적 취향을 완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1.취향을 발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명확하고 실천적이다.
2.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을 기록한다
3.이미지·색·형태·질감·공간 스타일을 수집한다
4.좋아하는 이유를 언어로 설명해 본다
5.예술·공예·디자인 전시를 주기적으로 탐색한다
6.일상의 선택에 감각적 기준을 적용해 본다
7.‘왜?’라는 질문을 버리지 않는다

이 여섯 가지가 반복되면 감각은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취향의 구조는 점점 선명해진다.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결국 나를 이해하는 과정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취향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어떤 리듬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구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밝히는 정서적 약속과 같다.

 

그래서 취향을 세심하게 살피다 보면, 감정의 패턴뿐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를 얻고 소진되는지도 드러난다.

취향은 미적 판단을 넘어 자기 이해의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나를 설명할 언어가 부족할 때, 취향은 종종 그 공백을 대신 채운다.

누군가는 색으로, 누군가는 형태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기 자신을 말한다.

 

결국 취향을 찾는다는 것은, 나를 구성하는 감각의 체계를 천천히 밝혀가는 일이다.

 

취향을-찾아-떠나는-여인의-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