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40) 감정의 조형 — 슬픔·기쁨·분노의 미학
1.감정은 예술의 첫 언어예술의 기원은 언어보다 오래되었다. 인간이 처음 벽에 손자국을 남겼을 때, 그것은 표현이기 전에 감정의 흔적이었다. 기쁨, 두려움, 분노, 그 원초적 감정이야말로 예술의 첫 재료였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철학이 생겨나며 예술은 이성의 영역으로 분류되었지만, 결국 모든 예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감정이 있다. 감정은 창조의 불씨이자, 감상의 출발점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예술은 감정의 해방이다”라고 말했다. 예술가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것을 형태와 색, 소리로 변환시킨다. 그것이 바로 감정의 조형, 즉 감정을 조각하고 그리는 행위다. 2. 감정의 철학 — 표현인가, 재현인가예술에서 감정은 단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 그 자체를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아..
2025. 11. 7.
예술학39) 맛의 예술 — 미각으로 경험하는 미학
1. 혀끝에서 피어나는 예술예술은 시각과 청각의 영역에 갇혀 있었던 긴 역사를 가진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몸 전체로 예술을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각, 즉 ‘맛’은 오랫동안 예술의 변두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감각 예술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 정체성, 기억, 감정이 뒤섞인 감각적 조형물이다. 한 접시의 요리는 색, 질감, 향, 온도, 형태, 그리고 맛으로 구성된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미각을 “육체의 쾌락”으로 보며 예술의 범주에 넣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예술은 그 경계를 거침없이 허문다. 현대의 셰프들은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향과 빛, 온도를 조율하는 감각의 작곡가다. 2. 미각의 철학 — 혀의 감정과..
2025. 11. 7.
예술학38) 냄새의 미학 — 후각으로 기억하는 예술
1. 공기 속의 기억예술은 종종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행위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된 언어는 바로 냄새다. 후각은 말보다 먼저, 시각보다 오래, 감정을 깨운다. 냄새는 시간을 초월한 감각이다.빛은 사라지고, 소리는 흩어지지만, 한 번 맡은 향은 수십 년이 지나도 우리의 기억을 불러낸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장면처럼,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향은 잊혔던 유년의 모든 풍경을 되살려낸다. 이 경험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감각이 기억을 재생하는 순간이다. 예술은 이런 후각의 힘을 빌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려 한다. 냄새는 형태가 없지만, 그 향기 속에는색보다 깊고, 소리보다 따뜻한 감정의 잔향이 있다. 2. 후각의 철학 — 보이지..
2025.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