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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학36) 소리의 조각 — 청각 예술의 새로운 풍경 1. 우리는 듣는 존재다우리는 세상을 ‘소리’로 기억한다. 비 오는 날의 빗방울 소리, 지하철 문이 닫히는 경고음, 그리고 누군가의 웃음소리까지.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내면 깊숙이 들어온다. 예술은 오랫동안 보는 것에 치우쳐 있었지만, 21세기 들어 듣는 예술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단순히 음악의 부활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 체계를 다시 재구성하는 흐름이다. 청각 예술은 말한다. “보는 예술이 세계의 형태를 말한다면, 듣는 예술은 세계의 호흡을 느끼게 한다.” 2. 소리의 본질 — 공기 속의 조각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동이다. 그 진동이 공기를 흔들고, 우리의 고막을 두드리며 뇌 속의 감정 회로를 자극한다. 그렇기에 소리는 물질이 아니면서도, 누구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다... 2025. 11. 7.
예술학35) 보는 예술, 느끼는 시선 — 시각의 철학과 미학 1. 눈으로 본다는 것, 마음으로 본다는 것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미지를 본다. 거리의 광고판, 휴대전화 화면, TV 속 장면, SNS의 짧은 영상. 그러나 진짜 ‘본다’라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인식의 행위이자, 감정의 경험이며, 나와 세계가 연결되는 첫 번째 감각이다. 예술은 인간의 시각적 경험에서 태어났다. 벽화, 조각, 회화, 영화까지 모든 예술은 결국 “본다”라는 행위의 변주다. 하지만 예술 속의 ‘시선’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 그리고 왜 그렇게 보느냐의 문제다. 2. 시각의 철학 — 보는 자와 보이는 자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인간이 현실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그림자.즉, 보이는 것의 모사만을 본다고 말했다. 시각은 .. 2025. 11. 6.
예술학34) 예술과 정체성 — 나를 그리는 예술, 나를 잃는 예술 1.“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예술의 시작은 언제나 한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된다. 그림을 그리는 손, 조각을 다듬는 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은 결국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행위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의문이 아니라, 예술가에게는 작품의 가장 깊은 원천이다. 정체성(identity)은 ‘나를 정의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나를 구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남긴다. 2. 자화상 — 거울 속의 나, 혹은 타인자화상(Self-portrait)은 정체성을 탐구하는 예술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는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에서 자신을 거의 신처럼 묘사했다. 그의.. 2025. 11. 6.
예술학33) 예술과 소비 — 예술은 언제 ‘상품’이 되었나 1.예술은 가격표를 가질 수 있을까“이건 예술이야.” 이 문장은 한때 ‘돈과 무관한 고귀한 선언’으로 들렸다. 하지만 오늘날, 그 말 뒤에는 거의 항상 가격이 따라온다. 경매, NFT, 협찬, 한정판, 후원권. 예술은 더 이상 단순한 미적 경험이 아니다. 이제 예술은 하나의 산업이며, 소비의 기호다. 우리는 미술관에서 감탄하는 동시에, 그 작품의 시세를 검색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예술은 언제부터 상품이 되었을까?” “그리고 상품이 된 예술은 여전히 예술일까?” 2. 예술의 시장화 — 후원에서 거래로예술이 자본과 처음 맞닿은 순간은 르네상스 시대의 ‘후원(patronage)’ 문화였다.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와 보티첼리를 후원했고, 그들은 권력의 영광을 예술로 시각화했다. 하지만 그 관.. 2025. 11. 6.
예술학32) 예술과 정치 — 권력은 예술을 두려워한다 1.“예술은 중립일 수 있을까?”예술은 종종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이 인간의 감정과 현실을 다루는 일이라면,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치는 권력을 조직하는 기술이고,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해방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예술이 진실을 말할 때, 그 진실은 언제나 권력의 언어와 충돌한다. 권력은 침묵을 원하고, 예술은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권력은 언제나 예술을 두려워한다. 2. 예술과 권력의 오래된 관계예술과 정치의 관계는 고대 문명부터 시작됐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자신의 신성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웠고, 로마 황제들은 조각상과 건축물을 통해 제국의 영광을 시각화했다. 이 시기 예술은 ‘권력의 장식물’이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예.. 2025. 11. 6.
예술학31) 예술과 윤리 — 아름다움은 도덕을 구원할 수 있을까 1.“예술은 선해야 하는가?”예술은 오랫동안 자유의 상징이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진실을 향한 표현의 욕망, 그 모든 것이 도덕의 잣대를 넘어서는 ‘순수한 자유’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상은 묻는다. “예술은 정말로 윤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한때 천재로 불리던 예술가의 폭력적인 사생활, 충격적인 퍼포먼스 아트, 불쾌감을 주는 사회 비판적 작품들이 논란이 될 때마다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예술은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도덕의 경계를 넘어설 권리를 갖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표현과 책임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다. 2. 예술과 도덕의 오래된 긴장예술과 윤리의 갈등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플라톤은 『국가』.. 2025. 11. 6.